금헌 김석환 시인을 만나다.
늦은 밤, 아파트 벤치에 생각에 잠긴체 앉아 있었다.
어떤 한 분이 다가와서 말을 건냈다.
"내가 집에 열쇠를 놔두고 와서, 경비 형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반주를 하신 듯 보였다.
"제가 무슨 일하는지 알아요? 시를 쓰죠."
나는 호기심에 "시를 쓰신다구요? 저도 시 쓰는 것 좋아해요!!"
그분은 내 말에 대한 반응은 없었지만 계속 말을 이어갔다.
"내가 나이가 많은데 말 놓을께.. 내가 누군지 알아? 금헌 김석환이야..
인터넷에 내 이름 치면 나와.. 금헌 김석환 다음에 찾아봐.."
나는 신뢰가 되는지 알았지만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찾아봤다.
"요즘 세상 참 좋아, 요즘 아이들 정말 똑똑해.. 함 찾아봐!!"
그렇게 말하면서도, 뭔가 슬퍼보이는 그였다.
"우리는 정말 재밌게 살아.. 그렇지만 남에게 절대 피해같은 건 안줘.."
내가 좀 막걸리를 사왔는데 한잔해도 될까?..
시인은 그렇게말하며 하이얀 막걸리를 들이켰다..
"나는 노래를 좋아해, 노래를 들으면서 시를 쓰지..노래를 들을 때만 시를 써.."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그대에게 책 한권 선물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나 바로 요 아파트 1층에 살아..따라와봐..내가 책 줄께.."
나는 그 분 뒤를 따랐다.. 현관문을 들어섰을 때, 있을 건 있지만 뭔가 허전한 집 안이었다.
온기가 조금씩 사라진 듯한 뭔가 허전한 집..
난 물었다.. "사모님은 안계시나요?"
시인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외국에 가있어... 나 혼자 지내는게 더 재밌고, 좋아. 집에서 담배도 마음대로 피울수 있고, 한대 피울께.."
그러면서 "어디보자. 줄만한 책이 어디있나.. 다 줘버려서 없내.. 다 줘버렸어.."
그렇게 그분은 내게 3권의 책을 챙겨줬다. 그 중에 한권은 다시 돌려줘야 하는 책이었다.
뭔가 오래간만에 손님이 찾아온 듯한 느낌.
말하지 않지만, 느껴지는 외로움,
계속 반복되는 몇마디는 내 가슴을 울렸다..
"우리는 가난하지만, 남에게 절대 피해는 안줘.. 피해같은 건 절대 안줘.. 내가 책에 사인해줄께.. 어디에 쓸까.. 김석환 찾아봐.."
난 목차에서 시인의 이름을 찾았다.
"난 책에 프로필 같은 거 안써.. 프로필을 안쓰는 사람은 참 드물지.. 근데 난 프로필 같은 거 안써.."
시인은 내게 "너를 생각하며"란 짧은 글을 남겨줬다.
그때 시계는 2012년 6월 3일 밤 12시를 막 가르켜고 있었다...
그대가 있기에
금헌 / 김석환
저 멀리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래가
창백한 내 가슴에 은빛 물결 일렁이고
쏟아지는 햇발보다
더 진한 당신의 사랑으로
가을도 곱게 물들어갑니다
바람에 나부끼는
노란 잎새를 바라보니
외로움은 어느새 내 가슴에 스며드네
허지만 괜찮아요...
당신이 있는걸요
만약에
그대 사랑이 덧에 걸린다면
나는 어떻게 하나요
나는 믿어요
당신이 있기때문이죠.
내 무거운 짐
금헌 / 김석환
해가 뜨고 달아지면
오늘이 또 간다네.
이른 아침 새벽 종소리에 눈을 뜨고
해맑은 아침 햇살에 나는 감사를 한다
내가 숨을 쉬고 만물을 볼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요 은총이라
풀잎 위에 이슬처럼 맑고 고운
주님의 사랑이
내 가슴에 기쁨으로 가득할 때
나의 무거운 짐 십자가에 내려놓고
오늘도 어제처럼
당신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네.
당신
금선 / 김석환
당신이 있어
나 외롭지 않네
어느 날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에 실려
내 곁에 피운
당신의 민들레
노란 꽃
바람아 고맙다
나의 사랑
고마운 당신.
시인이 존경하는 형님이 써주셨다고 한다.
그 분은 내게 "텃밭", "아시아문예", "아송문학" 세권의 책을 선물해주셨다.
그 중에서 "아시아문예"는 다시 시인한테 돌려달라고.. 경비아저씨한테 말하라고 하셨다.
평생 시인을 업으로 할 수 없어서 작은 가게를 하신다는 시인..
언제 다시 그 분을 아파트 앞에서 만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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