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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추억&일상

<어색함 즐기기>목사님과 함께 지하철 탔을 때



 나보다 연배가 높으신 분과 단둘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면 좀 불편하지 않나?!


며칠 전 나에게 그런 경험이 있었다.


목사님의 자녀 분이 대학에 진학을 하고 싶으신데,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함께 가서 도와 달라고 하시는 것이다.


나는 도와준다고 말했고, 평일에 따로 시간을 내어 지하철 역에서 만났다. 

그리고 지하철을 타고 1시간 정도 이동했다.


지하철에서의 지루함을 날리기 위해 준비한 것들이 허망할 정도로 

목사님께서는 나에게 계속 질문했고, 진리가 뭔지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셨다.


뭔가를 계속 말하고 싶으신 목사님과 계속 들어야하는 나.

불편함을 표현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딴 짓 할 수도 없는 상황.


"왜 입을 가만히 못 있는 걸까?"


내가 찾은 답은?


첫째,

본인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진리를

나에게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은 분명하다.


둘째,

본인보다 어린 사람과 함께 있는 것 또한 어색할 것이다.


셋째,

자신을 알아줬으면 좋겠고, 심심하시다.



어색한 분위기를 잡기 위한 방법은 정말 많다.


대화 스킬에 관한 책을 보면 


1. 날씨 이야기로 대화를 시작해라.

2. 지니고 있는 아이템으로 이야기를 나눠라.

3. 주변에 있었던 이야기로 이야기를 나눠라.

4.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주제를 찾아라.

5.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이야기해라.


등등



나는 그런 대화의 스킬도 중요하지만 어색함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분위기를 잡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어색함을 없애는 건 의무가 아니다. 


분명 목사님도 나에 대해 더 많은 걸 알고 싶으실 것이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말들과 자기 주관적인 주입식 이야기는 사양하고 싶었다.


듣기만 했는데 평소보다 피곤한 것 같아 집에 돌아오자마자 잠이 들었다...



어색함을 즐기기 위한 방법을 몇가지 적어 본다.


1. 책을 읽는다.

2. 핸드폰으로 음악이나 팟빵을 듣는다.

3. 메모장과 팬을 준비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정말로 대화를 하고 싶으면


1. 자기의 주장을 뺀다.

2. 종교 이야기는 목사님이라도 하지 않는다.

3. 가족, 이성친구, 취업, 진로 이야기는 본인이 말하기 전까지 물어보지 않는다.

4. 뻔한 이야기로 결론 날 수 있는 이야기는 시작도 하지 않는다.

5. 정치, 사회 이야기는 말하지 않거나 듣기만 한다.



위의 이야기는 명절 날, 어른들과 아이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눌 때, 어색하지 않기 위해 아무 말이나 내뱉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다.